야경을 찍다

야경을 찍다.

저녁 10시.

갑자기 어제 비때문에 접었던 야경생각이났다.

가방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기고 집을 나섰다.

나갈까 말까 하는 고민까지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한강에 도착.

갈림길이었다.

왼쪽길에는 환한 조명들과 건물들이 있었고,

오른쪽길은 가로등도 없는 한적한 산책길이었다.

순간 고민했다.

그냥 밝은 곳으로 갈까?

하지만 역시 내 결정은 오른쪽 길.

불빛이 없는 곳을 택했다.

난 주로 야경을 찍을 땐 가로등불빛 하나없는 곳을 간다.

그러면 나무 한그루, 풀한포기 어떠한 것도 피사체가 될 수 있다.

마치 빈 스케치북에 내가 원하는 것은 모든 집어넣을 수 있는 느낌.

하지만 서울하늘은 그러기엔 너무 밝다.

언제나처럼 삼각대를 펼치고 타이머를 맞춰놓고 나홀로 셀카.

모델이 있으면 좋으련만 이런 곳의 야경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이 늦은 시간에 사진을 찍는 사람 또한 드물다.

아쉽다.

외진 곳이라 그런지 사람한명 지나가지 않았다.

이어폰 속 음악을 들으며 생각없이 이것 저것 찍어보았다.

확실히 오랜만에 찍으러 온 야경이라 그런지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었다.

그냥 사진찍고 있다는 거에 마음이 편해졌다.

한참을 걸었을까

왔던 곳을 뒤돌아보았다.

저멀리 롯데월드몰이 보였다.

그냥 밝은 곳에서 몇 컷 찍고 들어갈 껄 그랬나?

그때 친척동생한테 연락이왔다.

근처라서 잠시 얼굴을 보기로 했다.

모델이 생겼다.

잠시 몇컷만 더 찍고 내일 출근도 있고해서

마무리하고 들어가기로했다.

한강이 보이길래 구도를잡고

테스트샷을 찍었다.

가운데 있는 길로 동생이 걸어가기만 하면 안성맞춤일꺼라 생각했다.

이 컷을 마지막으로하고 돌아가려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핸드폰 불빛이 반짝이는 곳을 바라보자 한 남자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예전에 나비를 찾아 산과 강을 헤매본 기억이 있는 나는

조류연구가이거나 생태를 연구하시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복중이신가...

자세히보니 미동이 없었다.

설마..시체는 아니겠지..

불러도 대답이 없다.

제발 술에 취해서 쓰러진 일이길..

경찰에 신고를 했다.

머지않아 경찰과 구급차가 왔다.

다행히 의식은 있으셨다.

보호자와도 연락이 되었다.

술을 드시고 한강으로 가신다고 하고 집을 나가셨다고...

많이 힘드셨나보다.

다행히다.

내심 기대했던 마무리.

'아저씨,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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